'군체' - 인간의 승리 아래 남은 이상한 '찝찝함' [MHN 작심일주일]
인간의 ‘존속’에도 쉬이 안도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하여

* 이 기사는 영화 스포일러를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MHN 민서영 기자) 영화 ‘군체’가 올해 개봉작 중 가장 빠른 속도로 누적 관객수 400만 명을 돌파하며 흥행세를 보이고 있다. 얼어붙은 극장가에 관객을 불러모은 이 영화의 매력은 무엇일까.
지난달 21일 개봉한 영화 ‘군체’는 개봉 4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한데 이어 14일째인 지난 3일 400만 고지를 넘어서며 관객들을 제대로 홀리는 중이다. 특히 다채로운 신작들의 개봉에도 전체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지켜내고 있는 중인 ‘군체’는 당분간 적수없는 압도적 흥행 레이스를 이어갈 것으로 보여진다.
좀비 유니버스의 대가로 알려진 연상호 감독은 이미 영화 ‘부산행’, ‘반도’ 등을 통해 인간 사회를 들여다봤다. ‘부산행’이 좀비를 통해 ‘인간 군상의 민낯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이번 ‘군체’에서는 좀비로 하여금 ‘집단지성’이라는 개념을 파헤친다. 쉴새없이 정보를 공유하고 진화하는 ‘군체’ 속 감염자들은 인간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존재다.
배우 전지현은 극 중에서 감염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생명공학자이자 리더 권세정 교수 역을 맡았다. 화려한 스펙과 달리 그는 자신의 복귀를 위해 자리를 마련해 준 전남편에게조차 다정한 말을 건넬 줄 모르는 ‘사회적 면모’가 다소 결여된 인간이다. 그런 그에게 전남편 한규성(고수)은 “네가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존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로 유언을 대신한다.
하지만 권세정의 차가운 면모는 의외로 공포 상황 속에서 존재감을 독톡히 발휘하며 기존 재난 영화에서의 여성 캐릭터의 모습과 차별점을 둔다. 그는 감염된 좀비들의 행동과 진화를 두 눈으로 보고 판단하며 다수의 말에 휩쓸리지 않는 면모를 보인다. 오로지 ‘완벽한 소통’을 위해 이런 일을 벌였다고 이야기하는 모든 재난 상황의 근원지 서영철(구교환)의 말에도 쉬이 ‘동화’되지 않는다.
이로 인해 권세정은 처음으로 혼자 남겨지는 공포가 무엇인지 깨닫는다. 여기서 보여지는 전지현의 표정이 압도적이다. 감염자들로 가득한 빌딩 속에서 홀로 남은 한 사람, 그는 처절히 저항하지도 완벽히 승복하지도 않은 모습으로 서 있는다. 이는 관객들로 하여금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지’에 대한 질문을 남긴다.
연상호 감독은 매번 좀비로 인간 세상을 초토화 시키지만 끝끝내 인간을 승리시킨다. 때문에 영화도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또 어느 공간엔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권세정과 비슷한 인물이 존재한다. 한규성의 현 아내이자 또 다른 생명공학자 공설희(신현빈), 이 둘은 결국 군체의 우두머리 서영철을 파멸시키며 인간의 존속을 입증한다.
하지만 영화가 끝난 후에도 여전히 끝나지 않는 찝찝함이 남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아마도 SNS를 통해, 알고리즘을 통해 군중심리가 마치 정답인 것처럼 지배하는 이 시대에서 우리가 얼마나 권세정과 같은 모습을 띌 수 있을 지에 대해 확답 할 수 없기 때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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